유통 산업의 ‘룰’, 시대에 맞춰 혁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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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20년 10월 27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박해영 기자
박해영 기자

 

 

[어패럴뉴스 박해영 기자]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열린 국정감사장에 네이버쇼핑과 이베이코리아, 당근마켓 등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각기 다른 이슈로 소환됐다. 온라인 공룡 기업들의 지배력이 막강해지자 정치권의 이목도 그들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공룡 플랫폼의 제재에만 집중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하지만 오프라인 유통에 비하면 비교적 약한 게 사실이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산업자원위원회가 제기한 골목 상권 침해 논란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증인으로 국감장에 불려 나간다. 그동안 주요 유통사들은 국정감사에 단골손님처럼 불려갔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대형마트, 백화점 등 기존 유통 업체들은 공정거래법, 대규모유통업법 등 여러 법적 규제 아래 제약을 받고 있는 반면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은 이제 각종 규제들을 논의하고 있는 단계라고 한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하 온라인플랫폼법)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최근 대규모유통업법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역시 입점 업체에 거래 공간을 내어 주고 임대료를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존 대형 유통과 내내 같은 업종이라는 주장이다. 온라인 플랫폼의 수수료가 백화점 수준인 30% 이상까지 오르면서 오프라인 유통사 수준의 법적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은 여느 재벌 유통 기업을 넘어서기도 한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무신사 등 토종 플랫폼은 페이, 물류, 금융, 캐릭터, 부동산, 투자, 라이브커머스, 솔루션까지 사실상 거의 전 영역에 손을 뻗고 있다. 그에 비해 감시는 덜한 것이 사실이다. 한 유통사는 베이커리 브랜드를 런칭한 후 여론의 뭇매를 맞다못해 사업을 중단한 바 있다. 


반면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이베이, 아마존, 페이스북, 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과의 형평성을 제기하며 억울해하는 분위기다. 동일한 룰의 적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플랫폼 비즈니스에 있어 데이터가 곧 돈인데 이들만 예외일 수는 없어야 한다.


공정 경쟁 차원에서도 기존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신사, 쿠팡 등이 예전처럼 외형이 작지도 않고 이미 유통 생태계를 잠식하는 중인데 그에 걸맞는 규제 기준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을 복합몰, 아울렛 등으로 확대하는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한 취지로 유통사의 영업을 제한한 것은 사태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날림’ 행정이라는 것이다. 오프라인 유통의 파급력은 지역에 제한적인데 반해 온라인 유통의 파급력은 전국적이다. 온라인으로 신선식품을 쉽게 구매하니, 오히려 지마켓, 옥션, 마켓컬리 등이 재래시장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백화점, 쇼핑몰은 고객층도 완전히 다르다는 주장이다. 


최근에 만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유통 생태계가 너무 급변하는데 여전히 오프라인 유통사의 손과 발만 묶어 두는 것 같다.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생각과 함께 백화점도 전통시장처럼 소외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정치권도 문제다. 소상공인을 보호하려는 순수한 의도보다는 덮어 놓고 유통사를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 환심을 사고자 일방적으로 책임을 몰아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통 산업의 법적, 제도적 룰을 오프라인 유통사에만 적용하는 것은 분명 시대착오적이다. 시대가 바뀌었다면 잣대도 바뀌어야 한다. 세상이 바뀌는 속도가 빨라졌다면 속도 또한 조정해야 한다. 정부의 규제가 독점을 방지하고, 영세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면 시대의 흐름을 더 면밀히 읽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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