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더현대 서울’ 탐방기

발행 2021년 03월 05일

박선희기자 , sunh@apparelnews.co.kr

 

박선희 편집국장

 

 

[어패럴뉴스 박선희 기자] 패션 전문지 기자로 오래 일해 온 나는 솔직히 백화점이라는 공간을 좋아하지 않는다. 보통 사람의 능력으로는 살 수 있는 것보다 살 수 없는 것이 훨씬 더 많은, 그래서 사람은 소외되고 오로지 돈과 물질로 기세등등한 그 곳이 좋아지지 않는다.

 

그리고 직업상 일터로 자주 드나들다 보니, 쇼핑은 내게 또 다른 노동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황금 같은 삼일절 연휴 첫날인 토요일 아침, 여의도에 오픈한 ‘더현대 서울’에 가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가보고 싶었다.

 

직업적 의무를 떠나,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는 그 곳에 도착해서야 알게 됐다. 인산인해를 이룬 사람들 틈에서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들과 나 사이의 ‘이심전심’을 느꼈다.

일단 오픈 빨이라고 하기에는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여의도 전체 도로가 마비되다시피한 가운데, 주차장 진입까지 한 시간이 걸렸다. 백화점 마당부터 사람들로 가득했고, 젊은 콘텐츠로 채운 지하 2층에서는 사람에 떠밀려 다녀야 했다.

 

그런데 그 북새통 속에서 사람들은 여유로웠고, 또 행복해 보였다. 보통 이쯤 되면 짜증이 나기 마련인데, 땀을 뻘뻘 흘리며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사람들은 판매사원들뿐이었다.

 

MD가 훌륭했던 탓도 있겠지만, 주말이면 시내를 피해 다니는 나를 포함한 그 많은 사람들을 그곳에 끌어모은 힘은 정작 다른데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사람들은 그동안 외로웠고, 심심했고, 공허했나 보다. 1년이 넘도록 유예된 세상의 활기를 그 북새통 속에서 공유하는 듯했다.

 

물론 완전히 달라진 공간 설계도 큰 몫을 했다.

 

'더현대 서울' 1층 워터폴가든

 

1층부터 꼭대기 천장까지 뻥 뚫린 공간을 자연 채광이 비추는 가운데, 5층 중앙에는 ‘사운즈포레스트’라는 인공 숲이 조성됐다. 중앙의 뚫린 공간 옆으로는 카페와 휴식 공간이 층층이 위치해 있어, 난간에 서서 중앙을 바라보면 물건을 파는 곳이라 여겨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답답하다는 느낌이 현저히 덜했다.

 

‘더현대 서울’의 오픈 6일 간 실적은 마치 지금 시대의 바로미터같다. 무엇이 과거이고, 미래인지, 누가 주연이고 조연인지, 세상이 어떻게 역전되고 뒤바뀌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영패션, 가전, 리빙, 명품, 식품이 목표의 두세 배에 달하는 매출을 내는 동안 국내 패션과 해외 패션은 목표치를 겨우 채우거나 밑돌았다.

 

현장에서 보여지는 느낌도, 이제 더 이상 백화점의 주인공은 패션이 아닌 듯 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활력이 다행이다 싶으면서, 동시에 큰일 났다 싶었다.

 

돌아오는 길에, 온라인을 통해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접촉과 체험의 기쁨에 대해 생각했다.

온라인으로 할 말만 하고, 할 일만 하는 방식은 우리를 행복하게까지 하진 못한다. 그건 AI의 세계이지, 사람의 세계는 아닌 것이다. 온라인의 세계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오프라인이 제 기능을 할 때 유효하다. 편리함은 편리함일 뿐, 접촉과 체험으로 느끼는 행복은 별개의 문제다.

 

팬데믹의 끝에 찾아온 보복 소비, 시중의 유동성 확장, 확 달라진 신규 점포의 오픈 빨. 물론 그런 요인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온라인이 팬데믹 기간 급성장했지만, 미국과 국내를 비롯 각국의 오프라인이 리테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80%다. 중국만 예외인데, 팬데믹 이후를 지켜볼 일이다. MZ세대들 역시 오프라인 쇼핑을 여전히 선호한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도 여러 보고서를 통해 확인된다.

 

‘더현대 서울’의 성공은 접촉을 통해 에너지를 주고받기를 원하는 사람들, 지난 1년간 그들이 느꼈던 결핍의 증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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