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민] 모피 패션과 비건 패션
월요마당
양지민의 '법대로 톡톡'
의류 업체를 운영하는 의뢰인 중 한 분이 화가 크게 나서 전화가 왔다.
자신이 디자인한 옷과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 파는 업체가 있다면서 소송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의뢰인의 말을 듣고 사진을 받아 두 옷을 직접 비교해 보았다. 소비자로서 본다면 한 눈에 보아도 두 옷이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소매 부분의 디자인 디테일이며 직접 염색한 듯한 컬러감에 어깨 부분의 주름까지, 굉장히 많은 부분이 닮아 있었다.
의뢰인은 상대 업체의 SNS에서 해당 제품의 사진을 발견하고 직접 연락해 이야기를 해보았다고 한다. 당연히 상대 업체가 미안하다며 사과할 줄 알았는데, 적반하장으로 이런 디자인을 당신만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냐며 따져오자, 화가 나서 소송을 결심하게 된 것이었다.
그렇다면 의뢰인은 자신의 뜻대로 소송을 해서 상대 업체가 자신의 디자인을 베꼈다는 사실을 인정받고 승소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 없다.
의뢰인이 반드시 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해서는 의뢰인이 만든 옷의 디자인이 누가 보더라도 ‘그 브랜드의 디자인’이라고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의 대표성, 상징성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옷을 보고 누구나 의뢰인 회사의 브랜드를 떠올리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러한 디테일이 이전에 차용된 옷이 없었는지 생각해 보더라도, 이전에도 비슷한 디자인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즉, 의뢰인이 소송을 하더라도 이길 확률은 크지 않다.
한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유명한 브랜드인 버버리와 쌍방울의 소송이 있었다. 버버리가 쌍방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인데, 쌍방울의 속옷에 버버리의 고유 디자인인 체크무늬 디자인을 넣은 것이 문제가 되었다. 법원은 ‘쌍방울이 버버리에 1,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면서 버버리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례와 의뢰인의 사례의 차이점은 ‘과연 그 디자인이 그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디자인이 그 브랜드의 상표로서의 상징적인, 대표적인 기능을 하는지’ 여부에 있다.
물론, 타 사의 디자인을 베껴 상품을 제작하는 표절행위 자체가 근절되면 참 좋겠지만, 디자인의 침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애매한 경계선 상에 있는 사례는 너무도 많다. 그만큼 소송전도 매우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만큼 당사자들의 디자인 보호를 위한 노력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더불어 디자인 침해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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