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창] 희소성 지키려고 끼워 팔기? 선 넘는 명품 판매 전략

발행 2024년 04월 18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미국 라스베이거스 쇼핑몰 에르메스 매장 / 사진=에르메스 SNS

 

최근 한 인플루언서가 ‘에르메스’ 인기 가방인 켈리백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을 직접 방문했다. 하지만 매장에서 구매 이력이 충분치 않아, 제품을 구매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에르메스’의 일명 끼워 팔기를 경험하면서 일련의 과정을 SNS에 올린 것이다.

 

이후 당사자는 에르메스 측으로부터 초상권 등을 이유로 피드 삭제를 요구받았다. 현재 양측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끼워팔기’는 번들구매, 연계 구매 등으로 불리는데, 가방을 구매하기 위해 신발, 스카프, 주얼리 등 다른 품목을 구매해야 하고 금액도 정해져 있다. 수백에서 수천만 원어치를 구매해도 인기 가방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현재 이 분야에서는 고객의 수준까지 따지는 ‘에르메스’가 가장 유명하다. 물론 ‘에르메스’는 제품의 가치를 위해 판매량을 조절하는 일종의 디마케팅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매우 제한적이고 폐쇄적인 판매 방식으로 인해 실제 구매에 성공한 경우는 드물다. SNS, 온라인 카페 등에서는 에르메스 매장에서 시계, 주얼리, 코트 등을 구매하고도 가방을 살 수 없게 되자 불만을 품은 고객들의 생생한 후기들이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에르메스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2% 신장한 8,000억 원, 영업이익 2,357억, 당기순이익도 1,848억 원을 기록했다. 배짱 영업을 멈출 이유가 없는 것이다.

 

국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프랑스 명품 ‘고야드’도 마찬가지다. 연간 300만 원 이상 구매 실적이 있는 고객에게만 인기제품인 '보헴'을 판매한다는 새로운 정책을 내놓았다. 프랑스 본사는 ‘보헴’ 가방이 지난해 3월 출시 직후부터 인기가 급상승함에 따라 재고 부족에 따라 대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보헴’백을 비롯, 이를 구매하기 위해 추가 구매한 제품의 교환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데서 발생했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선을 넘는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명품 갑질 판매에 대해 불만이 커진 소비자들이 직접 행동을 하기 시작했고, 최근 미국을 시작으로 고객들의 반격도 시작됐다. 미국 현지 고객 두 명이 ‘에르메스’ 백을 구매하려면 머플러, 신발, 보석 등을 먼저 구매하도록 요구하는 ‘불공정한 사업 행위’에 대해 고소를 한 것이다. 실제 고객들은 8,000만 원 어치의 ‘에르메스’ 상품을 구매해야 수천만 원에서 수억대의 ‘버킨백’, ‘켈리백’을 살 수 있다고 한다. 현재까지 에르메스 측은 어떤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

 

문득 국내에서 상황은 다른지 궁금해 변호사에게 직접 자문을 구했다. 해당 변호사는 국내 공정거래법 위반의 소지가 있기는 하지만 입증에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을 주었다. 법문 자체도 애매해, 명품 기업들이 힘 있는 변호인단을 꾸리면 승소까지는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물론 국내 소비자가 소송을 건 사례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지만 안심해도 될까. 고객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런 판매 정책은 ‘소비자 기망’ 행위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명품들이 베스트 셀러의 희소성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비인기 상품을 끼워 팔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촉발된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한국까지 확산될 지는 미지수다. 다만 지금의 강력한 지배력이 영원하다는 오만은 위험해 보인다. 소비자의 충성도만큼 변하기 쉬운 것이 또 있을까.

 

박해영 기자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TOP뉴스 더보기

인터뷰 더보기

데일리뉴스 더보기

APN tv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패션SNS 더보기

뷰티SNS 더보기

많이 본 뉴스 더보기